아이가 방문을 닫고 한참 나오지 않거나, 더운 날에도 긴 소매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마음이 철렁합니다. 그다음 떠오르는 질문은 대개 “어디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일 것입니다. 2026년 학술지 BMC psychiatry에 실린 연구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한꺼번에 모아 살펴보았습니다.

이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
이 연구는 ‘우산 문헌고찰’이라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개별 임상시험이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체계적 문헌고찰 여러 편을 다시 모아 비교하는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다섯 개의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2015년 초부터 2024년 말 사이에 발표된 문헌고찰을 찾았습니다. 대상은 10세부터 24세까지의 청소년과 젊은 성인이었습니다.
찾아낸 문헌고찰은 두 가지 잣대로 평가했습니다. 하나는 문헌고찰 자체를 얼마나 꼼꼼하게 수행했는지 보는 질 평가(AMSTAR-2)이고, 다른 하나는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등급을 매기는 근거 확실성 평가(GRADE)입니다. 최종 분석에는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 발표된 문헌고찰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왜 이런 연구가 필요했을까
연구진이 밝힌 배경은 한국의 현실입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죽으려는 의도 없이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내는 행동)도 21.2%에서 24% 정도로 추정되어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 청소년의 자살 행동과 자해를 다루는, 근거에 바탕을 둔 임상진료지침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그런 지침을 만들 때 참고할 근거를 정리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탄탄한 근거가 나온 치료는 병행 치료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근거의 확실성이 높다고 평가된 결과는 플루옥세틴이라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점검하고 바꾸어 가는 심리치료입니다.
플루옥세틴만 쓴 경우와 비교했을 때, 두 가지를 함께 한 쪽에서 치료 반응률이 의미 있게 좋아졌고 1년 안에 다시 나빠지는 비율도 낮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우울증과 자살 위험이 함께 있는 청소년에게 이 병행 치료를 우선 권고할 근거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이는 우울증이 함께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결과입니다. 약물은 반드시 의료진이 진단을 거쳐 처방하는 것이므로, 이 글을 근거로 스스로 약을 정하거나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심리치료만 했을 때는 효과가 작았습니다
약물 없이 심리치료만 시행한 경우에 대해서도 결과가 있었습니다. 자해를 줄이는 효과는 확실성이 높은 근거로 확인되었지만 그 크기는 작은 편이었습니다. 자살 생각을 줄이는 효과는 중간 정도의 확실성으로 뒷받침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심리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방향은 확인되었으나, 그 효과가 아주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널리 쓰이는 치료법인데 근거는 부족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치료 모델의 평가입니다. 연구진은 아래 네 가지를 살폈는데, 모두 근거의 확실성이 ‘매우 낮음’으로 평가되었습니다.
| 치료 모델 | 근거 확실성 |
|---|---|
| 청소년 대상 변증법적 행동치료 | 매우 낮음 |
| 청소년 대상 정신화 기반 치료 | 매우 낮음 |
| 애착 기반 가족치료 | 매우 낮음 |
| 다체계 치료 | 매우 낮음 |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근거의 확실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효과를 판단할 만큼 질 좋은 연구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이 간극을 메우려면 방법론적으로 엄격한 개별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연구의 한계와 한국에서 필요한 것
이 연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포함된 문헌고찰의 질은 높은 것부터 매우 낮은 것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또 상당수 문헌고찰이 결과를 보고할 때 비자살적 자해와 자살 행동을 구분하지 않아서, 두 가지를 나누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연구진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한 지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청소년이 겪는 위험 요인으로는 학업 압박, 유교적 가족 가치, 사이버폭력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해외에서 나온 근거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리
이번 문헌고찰에서 가장 믿을 만한 근거는 우울증과 자살 위험이 함께 있는 청소년에게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심리치료 단독은 자해와 자살 생각을 줄이는 방향이었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많이 쓰이는 여러 치료 모델은 근거가 아직 부족한 단계입니다.
가족이나 주변 청소년에게서 자해나 극단적인 생각의 징후가 보인다면, 혼자 판단하거나 미루지 말고 정신건강 전문 의료진에게 빠르게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어떤 치료가 맞는지는 아이의 상태와 동반 질환에 따라 의료진이 함께 정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2026년 BMC psychiatry 학술지 발표 연구 (링크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