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실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설명을 들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참여하려면 설명서를 읽고 내용을 이해한 뒤 동의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이때 언어가 걸림돌이 되어 시험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2026년 학술지 Trials에 발표된 연구는 영국의 임상시험이 이런 언어 관련 조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연구가 던진 질문
임상시험 연구팀은 참여자를 모집하면서 치료 효과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언어 관련 판단을 자주 내립니다. 환자가 참여 조건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지, 시험에 필요한 언어 능력이 있는지, 없다면 번역이나 통역 같은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가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판단이 공정하고 일관되지 않으면 불필요하게 사람을 제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그렇게 되면 시험 결과를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정도가 줄어들고, 기존의 불평등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연구팀들이 실제로 어떻게 판단하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살펴봤나
이 연구는 체계적 문헌고찰입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관련 연구를 빠짐없이 찾아 모은 뒤 함께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진은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이 낸 연구 보고서 가운데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것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대상 질환은 우울증과 2형 당뇨병이었습니다. 두 질환은 소수 인종·민족 집단에서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골랐습니다. 영국에서 성인을 모집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만 포함했고, 두 명의 연구자가 따로 제목과 초록을 걸러내고 자료를 뽑았습니다. 연구진은 시험에서 쓰는 중재(치료·관리 방법)와 주요 평가 방식이 언어를 얼마나 요구하는지, 그리고 언어 심사가 보고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견주어 보았습니다. 언어를 기준으로 사람을 거르는 역할을 사실상 대신한 절차나 도구가 무엇이었는지도 함께 살폈습니다.
확인된 결과
연구진이 검토한 보고서 가운데 조건을 충족한 임상시험은 우울증 시험이 대부분이었고 당뇨병 시험이 일부였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참여자의 인종·민족 다양성이 매우 낮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울증 시험에서는 백인 참여자 비율의 중앙값이 97%였습니다.
언어 심사 방식도 시험마다 달랐습니다. 일관되지 않았고, 시험이 실제로 요구하는 언어 수준과 잘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체 시험의 절반은 언어와 관련된 참여 조건을 보고서에 분명히 적어 두었습니다.
치료 방식에 따라 달랐던 비율
언어 기준을 명시한 비율은 어떤 치료를 평가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났습니다.
| 평가한 중재 | 언어 기준을 명시한 시험 비율 |
|---|---|
| 우울증 대화 치료(상담 중심) | 63% |
| 약물·기기·수술 중재 | 27% |
언어 조건은 어떤 모습이었나
연구진이 확인한 언어 관련 걸러내기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 은연중에 작동하는 것이 섞여 있었습니다.
- 언어가 필요한 연구 평가를 끝까지 해낼 수 있는지 보는 방식. 때로는 미리 정한 점수 기준을 넘어야 했습니다.
- 정보에 입각한 동의, 즉 시험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참여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는지 보는 방식
- 모집 담당자가 판단하기에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상태인지 보는 방식
번역이나 통역 지원이 언급된 것은 우울증 시험 한 건뿐이었습니다.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 보고서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이 제안한 것과 한계
연구진은 이번 검토가 다양한 환자의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방법론적 관행을 드러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개선을 제안했습니다.
- 언어 심사나 지원을 정당화할 때 치료와 평가가 실제로 요구하는 언어 수준을 함께 따져 볼 것
- 참여자의 언어 관련 정보를 인종·민족과 분리해 일상적으로 수집할 것
- 모든 참여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전용 심사 도구를 만들면 더 공정하고 일관된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음
한계도 있습니다. 이 연구는 영국의 보고서 가운데 우울증과 2형 당뇨병 시험만 본 것이어서 다른 질환이나 다른 나라에 그대로 옮겨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연구는 2021년에 체계적 문헌고찰 국제 등록부인 PROSPERO에 연구 계획을 미리 등록한 뒤 진행되었습니다.
정리
이 연구에서는 영국의 우울증·당뇨병 임상시험에서 언어를 이유로 한 참여 조건이 시험마다 들쭉날쭉했고, 시험의 실제 요구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대화 치료를 평가한 시험에서 언어 기준을 명시한 비율이 더 높았으며, 번역·통역 지원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참여자의 인종·민족 다양성이 낮았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연구진은 모든 참여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전용 심사 도구가 더 공정하고 일관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참여자의 언어 정보를 인종·민족과 따로 모으는 일도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2026년 Trials 학술지 발표 연구 (PubMed 초록 참고, 링크 없음)



